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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운암김성숙]-7. 佛法과 세상살이에 막힘없는 스승
관리자
조회수 : 2208   |   2007-02-16
7. 佛法과 세상살이에 막힘없는 스승
 

말 한마디로 도적떼 제압
호탕한 성격 자비심 충만

사미교육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한 성숙은 조석송주(朝夕誦呪)부터 배웠다. 조석송주를 외우는 한편으로 출가 승려가 된 사미승이 갖추어야 할 계율과 의례 등이 담긴 『사미율의』를 배워 익혔다. 그리고 600여 권으로 이루어진 반야부 경전 중 가장 짧으면서도 그 내용이 잘 압축된 경전이며 조석예불은 물론이고 모든 불교의식 때 암송하는 『반야심경』을 배웠다. 이어서 고려의 지눌대사가 지은 『계초심학인문』과 신라의 원효대사가 지은 『발심수행장』, 그리고 고려 야운 스님이 지은 『자경문』을 합쳐서 만든 『초발심자경문』을 익혔다.

처음 스님이 된 행자와 사미승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성숙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또한 스님들에게 경계가 되는 교훈을 담은 『치문경훈』을 차례로 배워 나갔다.

성숙의 스승 풍곡신원 스님은 본래 호탕한 성격이라서 제자가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자율에 맡겼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제 스스로 스님 시켜달라고 졸라 출가인연을 맺은 성숙은 시시때때로 스승을 찾아 묻기를 반복했다.

본래 호탕하고 사람 만나기를 즐겼던 풍곡신원 스님 입장에서는 가끔 귀찮을 법도 했으련만, 성숙이 물을 때면 언제나 자세하게 일러주었다. 풍곡신원 스님은 법이면 법, 세상살이면 세상살이 어디에서고 막힘이 없었다. 그런 풍곡신원 스님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풍곡신원 스님이 양주 회암사에 주지로 있을 때였다. 하루는 밤늦게 도적 떼가 절에 들어와 대중 스님들을 한사람씩 나무기둥에 묶어 놓고는 풍곡 스님의 처소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스님을 끌어내 역시 기둥에 묶으려고 했다. 그러자 스님은 “야! 이놈들아, 거꾸로 묶으면 어떡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스님의 호통소리에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도둑들이 “이 중놈아 무슨 헛소리냐, 거꾸로 묶기는 뭘 거꾸로 묶어. 입이나 다물어라”하고는 다시 나무 기둥에 스님을 묶으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스님이 “내가 도둑인 니놈들을 묶어야지 어찌하여 니놈들이 나를 묶느냐, 그러니까 거꾸로 묶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다시 한번 호통을 쳤다.

이때 스님의 말을 알아들은 도적 떼의 두목은 “이 스님은 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이렇게 태연하게 바른 말을 하는데, 우리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이렇게 도둑질을 하러 다니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저 스님들을 다 풀어드려라”하고는 풍곡 스님 앞에 꿇어앉아 잘못을 빌었다.

그러자 스님은 그 도적 두목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 놓고는 뒤돌아서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젊은 스님들을 향해 “아 이놈들아 뭐하고 있느냐, 얼른 따뜻하게 밥이나 해서 이놈들 먹이지 않고”하고는 호통을 쳐댔다. 도적 떼의 두목은 그 자리에서 발심을 해서 부하들에게 “적게 먹고 적게 살자”며 도적질을 그만둘 것을 권했다. 훗날 그 후손들이 서울 마포에서 봉선사까지 불공을 다닐 정도로 신심 돈독한 불자가정을 이루었으니, 이 또한 풍곡신원 스님의 법력이었다.
 
sjs88@beopbo.com 


890호 [200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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